워싱턴 한인 피살 10여건… 사건 해결 '감감 무소식'
올 들어 애난데일과 볼티모어에서 발생한 한인 대상 살인사건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그간 워싱턴 일원에서 발생한 한인 대상 강력 미제 사건들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991년 발생한 나연수 당시 북버지니아 한인회장 피살 사건을 포함해 지금껏 해를 넘기며 미제사건으로 남아 있는 과거 강력사건들을 되짚어 본다. ▷나연수 회장 살인사건= 1991년 8월13일 오후 11시30분쯤 버지니아 애난데일의 모부동산 사무실에서 당시 북버지니아 한인회장이었던 나연수(55세)씨가 흉기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됐다. 한국의 육군 중령 출신인 그는 체신부에서 근무하다 1975년 워싱턴으로 이민왔으며 워싱턴 호남향우회 초대회장을 지내는 등 한인사회에 널리 알려진 인물이었다. 사건 당시 사무실 2층에서 잠자고 있던 부인 유숙희 씨는 비명 소리가 나서 1층으로 내려가 보니 나 회장이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었다고 경찰에 증언했다. 야밤에 한인회장이 폭행당해 숨지자 한인사회는 큰 충격에 휩싸였었다. 한인사회는 페어팩스 경찰에 사건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했으나 이 사건은 무려 19년째 해결되지 않고 있다. ▷박호영 씨 살인사건=2001년 7월21일 오전 3시30분쯤 버지니아 페어팩스 카운티 센터빌의 스톤 섀도우 인근에서 박호영 씨가 온몸을 흉기로 폭행당한 채 발견됐다. 박 씨는 헬리콥터를 이용해 이노바 페어팩스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다 같은 달 28일 오후 7시쯤 숨을 거뒀다. 페어팩스 경찰에 따르면 박 씨는 사고 당일 오전 2시30분쯤 애난데일 소재 업소를 출발, 집 근처 주차장에 자신의 차를 주차한 뒤 변을 당했다. 한인회를 중심으로 구성된 대책위원회가 현상금을 모금하는 등 활동을 벌였으나 이 사건은 아직 미제로 남아있다. ▷이혜진 양 살인사건=2001년 9월 6일 오후 1시쯤 버지니아 센터빌에서 이혜진(당시 26세) 양이 자신이 거주하는 타운하우스에서 흉기에 수차례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양은 한달 뒤 같은 교회에 함께 다니던 약혼자 A 씨와 결혼을 앞두고 변을 당해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페어팩스 카운티 경찰은 당시 이남규(39세·페어팩스 거주) 씨를 이 양 피살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영장을 발부받아 추적했으나 체포에는 실패했다. 용의자 이 씨는 폭스 채널 ‘아메리카스 모스트 원티드(America’s Most Wanted)’에 공식 수배됐으며 시애틀 일대 은신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아직까지 행방이 모연하다. ▷신요섭 씨 살인사건=2002년 2월28일 오후 8시30분쯤 메릴랜드 실버스프링의 캐리 레인 근처 폴크랜드 체이스 아파트의 주차장에서 신요섭(25세·실버스프링 거주) 씨가 총격을 받고 쓰러진 채 발견됐다. 신 씨는 인근의 서버번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곧바로 숨졌다. 몽고메리 카운티 경찰은 신 씨의 사망사건이 강도에 의한 범행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워싱턴DC 경찰과 협조해 수사를 벌였다. 하지만 사건과 관련한 증언이나 증인이 나타나지 않아 수사가 흐지부지됐다. 한편 신 씨가 재학했던 컬럼비아 유니언 대학 측은 신 씨의 죽음을 애도하며 연례 장학금인 ‘요섭 장학금’을 설립했다. ▷낸시 조 살인사건=2002년 4월15일 오후 7시20분쯤 버지니아 리치먼드시 헐스트리트에 위치한 패밀리 밸류 푸드 마켓에서 주인 낸시 조(여·42세)씨가 가게에 침입한 흑인 복면강도가 쏜 총에 맞아 숨졌다. 조 씨는 반자동 피스톨로 무장한 흑인 강도가 목을 잡고 금고문을 열 것을 요구했으나 고함을 지르며 강도에 저항하다 가슴부위에 총을 맞았다. 조 씨는 버지니아 커먼웰스 대학 의대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이날 오후 7시56분쯤 숨졌다. 2인조 강도 용의자중 한 명은 이후 다른 사건과 연루돼 숨졌으며 나머지 한 명은 다른 혐의로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리치먼드 경찰에서는 용의자 체포여부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홍성진 씨 피살사건=2003년 8월14일 오후 5시쯤 버지니아 리치먼드시 헐스트리트에서 ‘OK 시푸드’를 운영하던 홍성진 씨가 금품을 요구하던 흑인 강도의 총에 맞고 쓰러졌다. 홍 씨는 버지니아 의대 병원(MCV)으로 후송돼 수술을 받았으나 이틀 뒤 오후 7시쯤 유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졌다. 당시 리치먼드 한인식품협회와 리치먼드 한인회는 ‘홍성진 씨 피살사건 긴급대책 위원회’를 결성, 리치먼드 경찰에 사건 해결을 촉구했다. ▷김정호 씨 강도살인사건=2003년 10월14일 메릴랜드 프린스 조지스 카운티의 포트 워싱턴 소재 포리스트 플라자의 ‘수퍼 클리너’에 2인조 흑인 강도가 침입, 총을 발사해 주인 김정호 씨가 살해됐다. 사고 현장을 목격한 종업원에 따르면 세탁소 뒷문으로 들어온 두 명의 흑인 가운데 한 명이 긴 엽총으로 김 씨의 가슴에 대고 총탄을 발사했다. 이들은 현금을 챙긴 뒤 다시 뒷문으로 빠져나가 대형 쓰레기통을 넘어 달아났다. 김 씨는 포트 워싱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곧 숨졌다. ▷노운호씨 피살 사건: 2006년 9월 26일 한인 치과의사인 노운호씨(51·메릴랜드 하노버 거주)가 글렌버니 소재 자신의 오피스에서 피살된채 발견됐다. 경찰은 당시 노씨가 심하게 폭행을 당하고 금품 도난이 없는 점으로 미뤄 원한 관계에 의한 살인으로 보고 다각도로 수사를 벌였으나 용의자를 찾지 못했다. 1955년생인 노씨는 지난 1970년쯤 의사인 부친을 비롯 가족들과 함께 이민왔다. 82년 메릴랜드대 치과대를 졸업한 그는 이후 공군 장교로 복무한 뒤 볼티모어 북쪽 루더빌과 글렌버니에 오피스를 열어 진료활동을 해왔다. ▷서갑석씨 피살 사건: 지난 2006년 11월 3일 오전 11시 30분 볼티모어 시내 멀베리 스트리트와 파카 스트리트 교차로 에서 차량 접촉사고로 상대방과 말다툼을 벌인 서갑석씨가 상대방이 휘두른 칼에 찔려 숨졌다. 볼티모어 시경은 시내 곳곳에 설치된 무인감시카메라에 포착된 붉은색 SUV를 수배, 수사를 벌였지만 흑인 용의자를 잡는데는 실패했다. 서씨는 지난 76년 메릴랜드로 이민와 79년까지 3년간 미군에서 복부했다. 서씨는 이후 볼티모어에서 그로서리, 델리 등을 운영했다. 메릴랜드한인회와 수도권메릴랜드한인회 선거관리위원장을 맡는 등 한인사회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했다. ▷노승훈 피살 사건=2007년 1월 27일 프린스 조지스 카운티 포트 워싱턴 소재 리커스토어에서 한인 노승훈씨가 강도들의 총격을 받고 숨졌다. 동생 승열씨도 가슴과 목, 머리 부분에 총격을 받았지만 다행이 목숨을 건졌다. 경찰은 사고 발생이후 자카리 존슨(와이트 플레인즈 거주, 24)과 조셉 커필드(포트 워싱턴 거주,26) 등 2명을 1급 살인혐의로 체포, 기소했으나 법원에서는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관련 증거가 없다는 점 때문이다. 한인 노승훈씨 피살 사건은 비록 법적으로 마무리는 됐지만 용의자는 없는 미제 사건으로 남게됐다. ▷목우 스님 피살사건=2008년 6월 29일 버지니아 퍼퀴어 카운티(Fauquier County)에서 정토사 주지 목우 스님 피살 사건이 발생했다. 목우 스님이 정토사내 자신의 거처에서 흉기에 수차례 찔려 변사체로 발견됐고 도난품이 없는 점 등을 들어 단순 강도 사건이 아닌 살인 사건으로 추정했다. 목우 스님은 이웃 주민에 의해 변사체로 발견될 당시 사망한지 이미 수일이 지난 상태였다. 퍼퀴어 카운티 셰리프국은 사건 발생 직후 용의자와 증거 확보에 나섰지만 초동수사에 실패했고 사건발생 1년을 훌쩍 넘긴 지금까지도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하고 있다. 허태준·천일교 기자